남자친구와는 결혼 생각으로 1년 반을 만났고,
상견례 전에 남자친구가 먼저 엄마랑 셋이서 밥 한번 먹는게 어떻겠냐 하길래
저도 흔쾌히 좋다고 해서 만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머님을 만나고 며칠을 싸우고 고민하다 헤어졌는데
이 쎄함을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것 때문에 헤어지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헤어지기를 잘한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서울에 있는데 어머님이 지방에 계셔서
어머님 댁 근처 갈비집으로 예약 하고,
너무 무거운 선물 보다는 꽃다발이 무난할 것 같아
전날 미리 예약도 해서 예쁘게 포장해 갔어요.
(어머님이 그 집 갈비가 맛있다고 거기 가자고 하셨고 남자친구가 예약함)
저희는 미리 도착해 있었고, 어머님이 오셔서 일어서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꽃다발을 드렸어요.
제 예상은 서로 인사를 하고, 꽃다발을 받는 그런 그림이었는데...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어요.
다만 인사를 받는 제스처나 인사말도 전혀 없으셔서 쎄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드린 꽃다발을 보고는 너 옆에 냅둬 이렇게 말을 하셨구요.
그래서 잘못 들었나 싶어 남자친구를 쳐다보니
아.. 저기 자리가 좁은가봐 옆에 냅두래. 하는데 당황스러웠고,
꽃은 진짜로 제 옆 자리에 뒀어요.
그러고 자리에 앉았는데 어색하기도 하고 기분도 별로였구요.
평소에도 아들 아들 하는건 알고있었는데 식사 자리가 1시간 반~2시간 정도 됐을까요.
그 자리는 저를 보기 위한 자리었던걸로 아는데
저한테 눈길 한번 안 주시고 질문 한번을 안하셨어요.
그저 아들 아들. 말 끝마다 우리 아들 그랬어? 하시고..
남자친구한테 궁금한 것만 물으시고 둘이 얘기하고..
딱히 중요하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얘기와 저는 도통 모르는 얘기를 둘만 계속 주고 받는데
이게 뭐지 싶은데도 남자친구한테 귓속말로 눈치를 주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아무말 안하고 지켜보기로 했어요.
진짜 저한텐 질문 한번을 안하시고 둘만 얘기하다 헤어질때 어머님께서
그래 잘 가라~ 하고 헤어졌어요.
그러고 나서 남자친구한테 좀전의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 고 물었더니,
우리 엄마 좋지 편했지?
다음에 또 밥 먹으면서 천천히 친해지면 될꺼야 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 때는 말이 안 통할것 같아서 일단 헤어지고 집에 가서 카톡과 전화로 얘기를 했는데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더라구요. 물론 할 말은 다 했어요.
상견례 전 식사 자리에서 더구나 나만 처음 보는 자리에서
병풍 세워놓고 둘만 얘기 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게 정상이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남자친구는 전혀 그게 이상한 행동이었는지 인식을 못하고, 이해를 못 하더라구요.
남자친구 입장을 얘기 안한 것 같아서 덧붙이는데
자기도 집에 너무 오랜만에 가서 엄마 본지 오래됐는데 할 말도 많았고,
서로 어색해 하는 것 같아서 둘이 얘기 한 것 같은데 미안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서운했는지 몰랐다 하는데
저는 앞으로의 일이 뻔히 보여서 결혼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런 입장으로 싸움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나랑 엄마가 이상한거냐.
뭐가 그리 불만이 있길래 싸움을 만드느냐 하면서 자주 싸우게 됐고
이게 헤어짐의 원인이 됐습니다.
아마 아직도 모를것 같네요.
제가 속상한건 그래도 결혼 생각하고 만난 1년 반의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그 간의 추억이 아직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습니다.ㅠ
아마도 결혼하고도 내가 남자친구네 집에 가면
계속 그런 취급을 받겠구나 하는 쌔함때문에 많은 생각이 들어서 헤어지자고 결심을 한 것 같아요.
헤어진건 잘한것 같은데
저는 정말 남자친구와 그 어머님의 속마음이 조금이라도 헤아려지지가 않네요
무슨 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